미리 가을을 품었던 탓에 산정에는 벌써 또 한번의 이별을 준비하는 세월의 울먹거림이 들리는듯 합니다..
살짝 달아오른 서룸이 금새 산 허리춤에 이르러 온산 가득 붉은 울음으로 넘처 날테지만
그전에 아직은 눈부신 햇살을 기억하는 가을 바람의 간지럼에 재 넘어 화엄벌에 자리한 새품들은
가늘게 누웠다 일어섰다...화려한 은빛 군무를 뿌려 냅니다..
보내기 싫은..가을 입니다...
천성산 내원사 입구~518봉~금봉암~공룡능선입구~천성산공룡능선~집북재~천성산2봉~은수고개~화엄벌~지프네골~용주사
518봉 오름길에 잠시 물한모금 들이키면 왼편에 영축지맥의 장엄한 마루금이..
오른편에 오늘 하루를 함께할 천성 공룡과 화엄벌의 산세가 한가득 입니다..
의외로 봉긋한 암봉 하나를 비껴 내리면..
금봉암의 낭낭한 풍경소리가 산님들의 앳띤 숨가쁨을 안아 줍니다..
들국화의 아련한 향내를 품고..
상리천 합수지점으로 내려 이제 공룡능을 위해 느슨해진 마음 다담바시 조여 둡니다..
천성공룡능...참 가풀지기도 하지요..
그러나 가끔 만나는 가을꽃 '구절초'나..
'쑥부쟁이..'
달래꽃 열매에 눈인사 나누다 보면..
집북재를 지나 어느새 천성 2봉이 지척입니다..
아주 작지만 산정에서 퍼지는 산야의 울먹거림이 보이시는지요..
곧 저 울음이 퍼져 산아래까지 빨간 망울로 얼룩지고 말텐데요..
설움이 발끝에 이르러 주체하기 힘든 가슴 아림이 오기전..
여기.. 미칠듯 아름다운 가을 한자락을 소개합니다..
그렇게 한참을 천성산 화엄벌에서 새품의 춤사위에 허우적 거리다..
어둠이 살금 찾아들때쯤에야...아직은 물소리 또랑한 지프네골로 살며시 숨어 듭니다..
이 가을...참 보내기 싫습니다..